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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글

재미로 쓰는 글 - 2021년이 되어 하는 2020년 회고

어느새 2020년이 다 지나가고, 벌써 2021년 1월 1일 이란다. 작년에 난 뭘 했지.. 싶으면서도 많이 배웠고, 많은 것들에서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기도 하다. 기록해 두고 나면 언젠가 다시 되돌아볼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아침에 일어나 빨래 돌리며 다 되길 기다리는 동안 글이나 한 편 써보려고 한다.


2020년 한 해 잘 한일 Top 3

1. 42 Seoul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아마 올해 가장 잘 한 일중 하나는 42 seoul을 한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과제는.. 많이 안 했지만 조건 없이 사람이 모여드는 곳이라 정말 다양한 전공, 성격,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들 제 각각의 목표와 꿈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 같이 대화하다 보면 이래서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끼리의 대화가 재밌는 건가 싶기도 하고, 세부 전공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가 서로의 분야에 대해서 얘기할 때 재밌게 들어주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또 재밌는 것은 동료평가에 관한 것인데, 학교 과제로 글을 쓰던, 코드를 내던 결과물에 대한 리뷰가 거의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42 서울에서는 동료 평가를 진행하지 않으면 과제를 통과할 수 없는데, 많은 동료평가를 하면서 내 코드를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고, 평가 순간에 의견을 나누고 대화하면서 내가 어느 부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코드를 보면서 아 같은 프로그램을 짜는 데에도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도 구현할 수 있구나 하는 인사이트를 발견하기도 하고, 코드 리뷰에 대해서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올 한해 잘 한 일이 아닐까 싶다.

 

2.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해 본 것

 올해는 정말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직 완성이 된 프로젝트들은 아니지만, 개인 프로젝트로 소라고동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학교 친구들과 함께 iOS 앱을 제작하고 있으며, 42 seoul 사람들과 웹서비스를 개발하기도, 개발 중이기도 하다. 사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한 번에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주 정해진 만큼을 완성하고, 서로가 개발한 부분을 확인하고, 이 부분은 어떻게 짰는지 서로 설명해 가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았다. 또 대부분의 모든 프로젝트들을 완전히 맨땅에 헤딩했는데 혼자 진행했었더라면 벽을 느끼거나, 해결하지 못했을 부분들을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경험들이 참 소중하다.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배운 것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 코드를 잘 짜는 것보다 기획을 잘하는 것, 프로젝트의 관리를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각 프로젝트 별로 시작하는 시점이 달랐는데, 확실히 처음에는 기획이 제대로 안되어서 추후에 갈아엎는 경우가 있기도 했고, 이 프로젝트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점차 다음으로 갈수록 이런 부분이 보완되면 좋겠다 하는 것들을 적용해 나가다 보니 오히려 뒤에 시작한 프로젝트들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덜 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부분 부분들이 다 중요했지만, 정말로 잘한 것은 역시나 프로젝트를 같이 할 좋은 동료들을 얻은 것이 아닐까.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반년 넘게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면서 싸우는 것 대신 의견을 조율하고, 토의하고, 서로의 의견을 수용하는 과정 과정들 덕분에 잘 진행되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 미안할 때도 있지만, 각자가 맡은 일들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믿음직스럽고, 끝까지 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3. 우아한 테크 코스에 지원한 것

 마지막은 우아한 테크 코스에 지원한 것이다. 나는 내 실력을 믿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게으름을 타고 난 사람이라 생각만 하고도 지원해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와서 되돌아보면 지원서도 빠르게 작성해서 냈고, 깃 레포, 블로그 등에도 딱히 볼 글도 없었고, 코테도 시간 복잡도나 구조 등을 생각하지 않고 구현을 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었던 것 같다. 진짜 코테를 볼 때까지만 해도 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마는 거고 하는 생각이 더 많았었다. 그래서 프리코스에 합격하고 나서도, 기쁨과 함께 부끄러웠던 것이 더 컸던 것 같기도 하다. 간절함보다는 그냥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지원해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자체가 엄청 부족했던 편이었는데, 같이 합격했던 다른 42 서울 분들 덕분에 관련 정보나, 필요한 자료 같은 것들을 잘 찾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지원하기를 가장 잘했다고 느낀 건, 프리코스를 진행하면서였다. 매주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고, 피드백하고, 내 코드를 짜면서 어떻게 짜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인 것 같다. 이전에도 웹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했었지만, 바닐라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해서 서비스를 짜는 것도 처음이었고, 함수를 어떻게 분리하면 좋을지, 모듈이라는 게 무엇인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었고, 디자인 패턴 등에 대해서도 학습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웹 프론트엔드에 적성이 어느 정도 맞는지, 내가 이걸 더 공부해보고 싶은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이전에는 몰라서 구현하지 못했던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서비스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앞으로 어떤 걸 공부하면 좋을지도 생각해볼 수 있었던 3주.

 

 프리코스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합격 불합격과는 상관없이, 많이 배웠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감을 잡은 것만으로도 만족하자고 생각했었는데, 합격했다는 메일을 받고 나니 믿기지 않으면서도 설레기도 했다. 10개월 간 나 스스로에게 더 자신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2020년 한 해 아쉬웠던 일 TOP3

1. 코로나로 아무 의욕 없이 집에만 누워있던 일

 2020년은 정말 코로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것이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었고, 제약사항이 걸렸다. 덕분에 2020년 2학기 교환학생을 취소했다. 대학에 들어와서 꼭 한 번은 해봐야지 하는 일이었고, 합격까지 했던 상태라 바로 앞에서 내 손으로 포기해야 하는 것에 대부분의 일 들에 의욕을 잃었었던 것 같다. 열심히 해서 무언가를 얻어도 좌절될 수 있다는 경험이 더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42 seoul도 약 3-4개월이 밀렸다. 2주에 한 번씩 연기가 되는 상황이었어서, 무언가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하는 것도 없고 가 반복되는 상반기였던 것 같다. 결국 피신이 시작하기 전 까지는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냥 집에 누워서 계속 멍 때리고만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책이라도 읽을걸, 영화라도 한 편 볼걸 싶지만 그땐 그럴 기분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

2.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한 일

 이건 정말 내 과실이 맞다. 상반기에는 의욕이 없어서, 하반기에는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들은 것이 없다. 강의를 듣기보다는 강의자료를 이용해서 공부하고, 시험을 보고, 과제를 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었고 결국 얻은 것은 시험을 위해 공부한 짤막한 지식 정도. 학교 밖에서 다양한 강의를 접하다 보면, 학교만큼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도 없는 걸 깨닫고 있는데, 지루한 것, 하기 싫은 것을 조금씩만 참고 공부할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강의는 한 번 듣기가 어렵지 듣고 있을 땐 재미있게 잘 듣는데 그 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학점이 다 찬 상태로 졸업요건을 채워 넣지 않은 상태라서, 기회가 된다면 1-2과목 정도는 다시 제대로 수업을 듣고 싶은 생각이 든다. 

3. 주변 사람을 잘 챙기지 못한 일

  1, 2번과 결이 같긴 하지만, 올해는 나 스스로가 정말 우울한 한 해였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연락이나 관심이 다 귀찮고 불편하게만 느껴진 시기가 있었다. 뭘 하던 간섭 같고, 그렇다고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지는 않은 그런 기분. 나 챙기느라 바빠서, 소중한 사람들을 막상 제대로 못 챙긴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힘들어하고 우울해할 때 잘 들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잘 극복한 것 같다. 나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올해 하나 있던 목표가 이거였었던 것 같은데 내년에는 더 잘해보려고 노력해야지. 

 


 2020년은 돌아보면 탈도 많았지만, 행복했던 일이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사람을 만난 한 해였다. 올해는 신년 계획을 세워 볼까 생각 중인데 그건 아직 조금 더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아 그리고 이번에 '5년 후 나에게'라는 다이어리를 새로 샀는데, 간단하게 적더라도 매일매일 작성하면서 나에 대해 더 생각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2021년을 돌아보면서 아쉬움보다는 이런 일을 달성했다, 어떤 발전이 있었다 하면서 기쁘게 돌아볼 수 있었으면.

 

그럼 빨래 다 돌아갔으니 이만. 다들 행복한 새해가 되길.